데이즈드 코리아 12월호 백예린 인터뷰 <A WHOLE NEW WORLD>

yerinthelove.

오늘 보니 타투가 부쩍 늘었어요. 의미를 두고 하는 건가요?
꼭 그렇진 않아요. 의미를 두고 한 몇몇 타투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떠올리며 했어요. 예를 들어,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와 The 1975. 선과 색 등을 타투이스트에게 직접 제안하며 커스텀에 참여했죠.

올해 스물셋. 이제 좀 어른이 됐다고 느끼나요?
전혀요. (웃음) 오히려 한두 살 젊었을 때 ‘나도 이제 어른이야!’ 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제 인생은 연습 생활이 전부였기 때문에 회사에서의 일이 제가 아는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더 넓은 세상에 나와보니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 아직 애구나’ 깨달아요.

2019년엔 백예린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독립 레이블을 갖게 된 것도 그중 하나예요. 어때요?
음향 감독님, 무대 감독님 등 제가 제가 좋아하고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꾸려나갈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예전엔 접해보지 못한 시스템이고, 이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죠.

레이블 이름을 Blue Vinyl이라고 지은 이유가 뭐예요? 
제가 작사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 ‘블루blue’와 레코드판을 뜻하는 ‘바이닐vinyl’을 합쳤어요. 음악 채널이 다양해지는 오늘날 레코드판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제가 음악을 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독립 레이블을 차렸다는 건 한편으로 비장한 각오처럼 느껴져요. 계기가 있나요?
비장한 마음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도전이에요.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을 한 곳에서 보낸 만큼 제가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새로운 사람과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제 음악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요? 
제 결정 자체가 틀린 건 아닐까 의심했어요. 점차 힘들다고 느낄 때쯤 박진영 PD님을 다시 만났어요.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많이 들었고, 저 자신을 조금 더 믿어도 좋겠다 결심했어요. 

아마도 제가 백예린의 새 앨범을 들어본 최초 외부인이겠죠? 보내준 네 곡 잘 들었어요. 목소리가 여전히 매력적이에요. 근데 앨범명을 아직 몰라요. 
앨범명은 보통 발매 직전에 정하는 편이어서 서프라이즈로 남겨둘게요!(웃음) 

이번 앨범은 어떤 생각에서 출발했나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많은 곡을 썼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발매하지 못한 곡이 많아요. 그중 맘에 드는 곡을 모아 정리하듯 발표하고 싶었어요. 제 음악 생활의 1막을 근사하게 끝낸다는 느낌이랄까요? 내년부터는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싶어요.  

2015년부터 2018년까지면 열아홉 살부터 스물두 살 시기예요. 개인적으로 그 기간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그 시기에 많이 변했어요. ‘작년과 올해가 비슷하겠다’ 예상했지만 세상으로 나온 뒤 예측하지 못한 일을 겪었죠. 그런 격변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곡은 그전부터 쭉 써왔어요. 이후에 편곡을 도와줄 사람을 만났죠. 그 편곡자와 함께 작업하면서 곡이 정제되기 시작했어요. 

한 곡을 제외하고 모두 영어 가사라고 들었어요. 영어 가사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 발음과 발성은 영어로 노래를 부를 때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잠깐 유학 생활을 해서 영어가 편하기도 하고, 간접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물론 한글 가사도 좋아해요. 외국어로는 쓸 수 없고 한글로만 할 수 있는 표현은 너무 소중하죠. 

이번 앨범을 만들 때 ‘사람들이 이 앨범을 어떤 상황에서 들으면 좋겠다’ 상상해본 적 있나요?
저는 대체로 제 노래를 차 타고 이동하면서 들어요. 서울의 풍경과 잘 어울리죠. 특히 햇살 아래서요!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그런 상황에서 제 노래를 듣는 걸 상상했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뭔가요?
‘True Lover’와 ‘Love Love Love’요. 먼저 ‘True Lover’는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추모하는 곡이에요. 예전부터 그를 엄청 좋아해서 진즉 만들어놓았지만 발매하지 않았죠. 드디어 세상 밖에 나온 거예요. 또 ‘Love Love Love’는 곡을 쓴 지 1년이나 지나 녹음했어요. 문득 과거 제 목소리를 들은 건데, 새삼 많이 변했더라고요.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게 묘했어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중 이 곡을 가장 잘 부른 것 같아요.(웃음)

겨울을 발매 시기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주변에서 제 목소리가 가을과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사계절에 다 어울리는 걸로.(웃음)

앞서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했지만, 백예린은 음원 차트에서 늘 성적이 좋았죠. 이번 앨범도 성적 욕심이 나나요?
지금까지 제가 발표한 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를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요. 특히 첫 앨범 를 발매할 땐 모든 사람이 영어 가사 노래를 수록하는 걸 만류했죠. 저는 계속 듣다 보면 사람들도 익숙해질 거라고 고집했고, 이후에도 가끔 영어 가사 노래를 발표했어요. 근데 이 곡들이 ‘차트 인’됐고, 저도 신기했어요. 모두 안 된다고 했으니까요. 물론 이제는 음원 성적이 인지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 만큼 아예 의식하지 않을 순 없어요. 그렇다고 얽매이고 싶진 않아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뮤지션으로서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좋은 것만 바라보고자 노력했다는 것. 저는 노래를 부를 때 감정 상태가 온전히 드러나는 편이거든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인스타그램을 잘 하지 않고 댓글도 아예 안 봤더니 덜 예민해지더라고요. 특히 주변에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제가 받은 이 사랑을 자꾸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은 거 있죠? 지금 인터뷰 하는 것도 수다 떠는 것 같아 계속하고 싶어요.(웃음)

백예린은 페스티벌 등 무대에서 더 빛나요. 음원도 좋지만 직접 보면 압도당한다고 할까. 라이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예요?
제 외모에 자신 있는 상태로 무대에 올라가는 게 중요해요. 라이브할 때 비주얼이 주는 힘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촬영할 때도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에요. 또 설레고 벅찬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세트 리스트는 최대한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만 구성해요.

‘백예린 원피스’ 신드롬을 일으킨 유튜브 영상 속 노래 ‘Square’가 특히 사랑을 많이 받았잖아요. 드디어 이번 앨범을 통해 음원으로 나왔어요. 라이브의 싱그러움이 음원에 잘 녹아들었나요?
음... 아니요.(웃음)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전 ‘Square’ 데모를 만들었을 땐 사운드가 지금과 달랐어요. 오히려 The 1975나 마이클 잭슨을 생각하며 쓴 노래죠. 그런데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라이브 반주 환경 특성상 원곡과 비슷한 사운드를 구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원곡과 다소 다른 분위기의 노래가 펼쳐졌죠. 취향에 따라 두 버전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각각 다른 매력이 있으니 모두 즐겨주세요!(웃음)

작년부터 밴드 The Volunteers의 보컬로도 활동 중이에요. 백예린이 록 음악을 한다는 건 언뜻 자연스럽지만, 신선하기도 하죠. 계기가 뭐예요?
지난 4년 동안 단 하루도 연습을 쉰 날이 없어요. 매일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스트레스와 갈증이 늘었죠.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한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가게 됐어요. 사랑은 물론 갈증과 분노 등 뮤지션이 느끼는 감정을 음악으로 얘기하는 그 밴드에 감명받았죠. 그때부터 밴드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당시에 오아시스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 있기도 했고요.

백예린의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에이미 와인하우스, 휘트니 휴스턴. 그리고 가까이에서 도움을 준 사람은 프로듀서 구름, 재즈 뮤지션 윤석철, 윈디시티 김반장 선생님요.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더 있다면?
그룹 XXX의 프랭크FRANK요! 최근 음악 신scene에서 멋진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예요. 

2019년 12월, 뮤지션으로서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요?
‘취준생’ 과정을 거쳐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단계?(웃음) 이제는 뒤도 돌아볼 수 없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아직 한참 멀었지만. 

동시대 젊은 아티스트로서 요즘 음악 산업을 어떻게 보나요?
요즘은 싱글 앨범을 내는 게 정규 앨범을 내는 경우보다 많은 만큼 앨범당 곡 수가 비교적 적어졌잖아요. 물론 한 곡에 힘을 주던 예전 방식이 훨씬 수요가 많다는 데 동의해요. 장단점이 있지만, 저는 한 앨범에 많은 곡을 수록하는 아티스트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어떤 생각을 했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껴지거든요. 

2020년의 백예린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이번 앨범을 두 장의 CD로 발매하며 2010년대를 싹 정리했으니 앞으로는 좀 더 트렌디한 음악을 해보려고 해요. 지금까진 실제 있는 사운드를 구성해 곡을 썼다면, 앞으로는 미디 사운드를 시도해보려고요. 사람들에게 ‘저 이런 것도 하고 있어요!’ 하면서 계속 새로운 걸 보여주는 해가 될 거예요.

2019년도 얼마 안 남았네요.
그러니까요. 벌써 12월이 다가와요. 올해 꼭 운전면허 따려고 했는데!(웃음) 결국 또 미루네요.